한끼의 식사기금

공지사항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이 있습니다」 아침독서신문 임성미님의 선정 도서

2018.12.04

2018.12.1 아침독서신문에 독서교육 전문가 임성미님의 글이 실렸습니다. 주제는 인류평화를 위한 나눔의 실천이고, 구체적 내용은 한끼의식사기금 윤경일 이사장과 그의 저서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이 있습니다’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글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보여준 가난한 나라의 현실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잠깐 보는 것보다 훨씬 비참하고 열악합니다.’하는 문구로 분위기를 다 잡으며, 절대빈곤으로 허덕이는 지구촌의 어려운 이들의 상황을 리얼하게 묘사해줍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달에 한 끼 정도 자발적으로 굶고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과 나누자”는 한끼의식사기금 설립 취지와 임성미님(리딩웰 대표이기도 함)의 기고에도 잘 녹아 있어 함께 공감하고자 전문을 올립니다. 아침 독서신문 홈페이지(www.morningreading.org)에 들어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문>

인류 평화를 위한 나눔 실천-임성미 선생님의 미래를 여는 진로 독서10​

얼마 전 경악할 만한 사진 한 장이 뉴스로 올라왔습니다. 이탈리아 열차 사고 비극 앞에서 ‘브이(V)’를 그리며 셀카를 찍는 한 남성이 사진에 찍힌 겁니다. 사진 속 83세 캐나다 여성은 열차 사고로 중상을 입고 철길 위에서 구조 요원들에게 응급조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찍은 사진기자는 ‘당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야만성 : 비극 앞에서 셀카 찍기’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 사진은 많은 신문의 1면에 실렸고, 여러 언론들은 “우리는 완전히 도덕성을 잃어가고 있다” “인터넷에서 자라난 암”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셀카를 찍은 젊은 남성은 나쁘다기보다 영혼과 인간성을 잊은 채 인터넷의 자동화 기계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위의 뉴스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집에 편히 앉아서 남이 고통받는 모습을 바라보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난민을 태운 배가 뒤집혀서 수백 명이 죽고, 공습 때문에 민간인들이 죽어가는 모습, 끔찍한 테러 등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마음대로 골라 봅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타인의 고통을 마치 영화를 관람하듯이 보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타인의 고통을 ‘구경’하게 된 건 그들이 거리상으로 멀리 있어서 마치 가상의 현실로 느껴지지 때문입니다. 뉴스들도 시청자와 가까이에서 벌어진 일을 더 크게 다룹니다. 나라 밖에서 굶주림으로 수백 명이 죽어간다는 뉴스보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이 고장으로 멈춘 기사가 더 크게 다루어지지요.






이제 미디어의 발달로 사람들은 지구의 절반은 굶주림과 질병, 재난과 전쟁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엔지오 단체와 공익광고를 통해 우리가 조금씩만 아끼고 절제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도움과 나눔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닌데 왜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하나요?” 하고 묻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소개할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이 있습니다』(서교출판사)는 이런 질문에 충분히 답변해 줄뿐만 아니라 마음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저자 윤경일은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면서 국제구호단체 ‘한끼의식사기금’ 이사장이기도 합니다. 이 단체는 2004년 설립 후 14년간 절대 빈곤을 겪은 사람들을 도와왔습니다. 그는 낮에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저녁이면 구호단체 사무국으로 출근합니다. 휴가 때에는 지구촌 가난한 나라들을 찾아갑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세 개의 지부가 있어서 총 2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서로 소통하며 구호 활동을 하는데, 4천여 명의 정기 후원자와 4만여 명의 사이버 후원자들의 성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홈페이지에는 후원 내역과 구호 활동에 쓰인 목록을 올려서 투명 회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보여준 가난한 나라의 현실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잠깐 보는 것보다 훨씬 비참하고 열악합니다. 기아로 인해 쓰레기장을 뒤지며 살아가는 사람들, 에이즈에 걸렸지만 약을 살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아이들, 식수 부족으로 인해 구정물을 마시는 사람들, 비소가 섞인 물을 마시며 신음하는 사람들, 심지어 공동묘지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기에 물렸을 때 연고 하나만 바르면 나을 것을 상처가 덧나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네팔의 오지 마을을 찾아 의료 봉사활동에 나선 의료진 ⓒ서교출판사(『우리는 모두 같은 꿈이 있습니다』)>


저자는 왜 의사를 하면서 국제구호단체를 만들었을까요? 그는 17년간 ‘오순절 평화의 마을’과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진료 봉사를 했습니다. 오순절 평화의 마을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거나 가족들이 감당할 수 없어 벼랑 끝으로 내몰린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그는 그곳에서 가진 게 없고 아프지만 순박하고 정겨운 영혼들을 만났다고 말합니다. 또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 진료를 갔을 때에도 과로로 쓰러져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죽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만 목숨이 위험한 외국인 노동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무사히 살아나서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치고 힘들기도 하지만 내면을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는 순간들이 구호단체 설립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던 겁니다.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조그만 눈 뭉치를 경사진 눈 위에서 굴렸는데 그 눈 뭉치가 굴러가며 덩치가 점점 커져서 브레이크 없이 계속 굴러가는 형국처럼 해가 갈수록 벅찬 느낌표로 다가온다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그래도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와 도서관을 짓고, 여성 할례와 같은 비인권적인 상황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깨끗한 물을 마시도록 우물을 파고, 병원을 세우고, 미혼모와 산모의 건강을 돕기 위해 애씁니다.

저자가 책에서도 말했듯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0명의 소득과 가장 가난한 5억 명의 소득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많습니다. 그가 보기에 굶주림의 가장 큰 원인은 빈부 격차를 넓히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입니다. 신자유주의 시장 원리에 의해 가난한 나라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후 환경의 변화로 인한 식량 부족, 내전과 부패의 만연이 굶주림을 낳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단체 이름이 ‘한끼의식사’인 이유에 답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서 한 끼라는 말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에게 식사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루 한 끼를 겨우 먹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여유 있을 때만 나누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끼 정도는 자발적으로 굶고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과 나누자는 뜻이 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도움과 나눔은 지구에 사는 생명체라면 다 하는 마치 자연의 질서와 같은 것이며, 고통받는 사람을 돕는 것은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우리 인류가 평화롭게 살기 위한 행동이다”라고요.